-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12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가 얼마 전에
제 의사와 상관없이 회사와 부서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제가 환경에 잘 적응을 못하는 편인데 회사에 들어가서
그동안 인정하기 싫었던 우울증과 공황장애 때문에 치료를 받았습니다.
다음 주부터 다시 회사를 나가야 하는데 두렵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충분히 이겨나갈 수 있는 상황인데
막상 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앞서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이 부분을 쉽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 답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없어요..
그런 게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작용이라서 힘들어요.
우리가 밤 길을 갈때 '밤길에 뭐가 있어? 아무 것도 없지.'
이렇게 용기를 내도 자꾸 두려운 생각이 들잖아요? 똑같은 거예요.
하지만 자꾸 의식적으로 제어를 하면 좀 나아질 수는 있지요.
우울증이나 이런 건 자꾸 심리가 가라앉거든요..
자꾸 기분좋게 생각해야 해요. 재밌다.. 이렇게..
억지로라도.. 야 신기하다.. 이러고 다녀야 해요.
쉽게 얘기해서 우리가 지금, 저는 무대 위에 있고 여러분은 밑에 있어.
여기를 디스코장이라고 합시다.
음악 딱 틀면, 위에서 춤추고, 밑에서 춤추고..
위에서 추는 사람은 무희잖아요. 그들은 돈 받고 춰요? 돈 주고 춰요? (받고 추죠)
그 밑에 있는 사람은? 돈 내고 추죠? (예)
그럼, 돈 내고 추는 사람은 뭐 한다? 논다.. 놀러 왔다고 그래요.
위에서 추는 사람은 오늘 저녁에 뭐하러 왔어요? 일하러 왔어요.
위에 것은 노동이라고 그러고, 밑에 것은 놀이라고 그래요.
춤추는 건 똑같은데, 하나는 노동이고, 하나는 놀이라고 그래요.
이러다가 30분 연장 그러면, 위에는 연장근무
밑에선 공짜예요. (대중들 폭소)
왜 이럴까요?
위에선 돈 받고 하니까 노동이에요.
춤이 목적이 아니고, 돈을 벌려고 춤을 추니까 노동이에요.
밑에선 노는 게 목적이에요. 돈이 목적이 아니고..
노는 게 목적이니까 돈을 주고라도 노는 거예요.
돈 주고 받는 게 핵심이 아니라
놀이라는 것은 자기가 그 행위의 주체예요.
노동은 자기가 행위의 주체가 아니에요.
객체예요. 자기를 파는 거예요.
제가 만약 오늘 돈을 받고 강의를 하면 뭐예요? 노동이죠?
돈을 안 받고 하니까, 저는 오늘 노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기 2시간, 3시간 강의하라고 해도
여러분들이 견디지 못하고 가지 나는 괜찮아요.
왜? 나는 놀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그런데 내가 1시간 약속을 하고 강사료를 받았는데
이렇게 2시간, 3시간 하라고 그러고..
한 사람당 10만원씩 받기로 하고 질문을 받는데
누구처럼 부부가 한꺼번에 와서 덤으로 물어보면 내가 힘들어요? 안 힘들어요?
피곤하고 힘들겠지.. 그러나 돈을 안 받고 하니까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간단해요. 놀이로 생각하세요.
출근해서 재밌게.. 컴퓨터 치는 것도 재밌게..
자기 직장 잃고 집에서 한 번 놀아봐요.
그게 노는 건가? 감옥이지..
돈은 고사하고, 어쨌든 출근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돼요.
그래서 마음을 늘 즐겁게.. 놀이로 생각해야 해요.
생각을 바꾸세요.
돈 때문에 할 수 없이 다닌다..
좌천시켰다, 지방 보냈다.. 자꾸 이런 생각하니까 스트레스 받는 거예요.
지방 가면 얼마나 좋아요? 공기도 좋고.. 마누라하고 떨어져 사니까
자유도 있고.. 바람도 좀 필 수 있고.. ㅎㅎ
이렇게 자꾸 좋게 생각하면 되지.. 자꾸 이런 저런 불평하고
무슨 조금 일만 생겨도 '나를 무시한다' 어쩌고 하면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는 거예요.
이렇게 자꾸 자기를 좋게 생각해야 해요.
없으면 수행하기 좋고, 있으면 보시하기 좋고..
지위가 높으면 베풀기 좋고, 낮으면 인욕하기 좋고..
실패하면 연습이라 생각하고 다시 하고..
이렇게 마음가짐을 가지면 어지간한 병은 다 극복돼요.
결혼생활도 힘들다고만 그러지 말고
지금 같아선 혼자 살고 싶어도, 또 막상 혼자 살면 아쉽겠지?
자기가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게 필요해요.
남편이 돈을 못 번다? 그럼 중풍걸려 누워 있으면 어떡할래?
그러면 돈 못 버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나까지도 거기 붙어 있어야지..
그러니까, 아이고 우리 남편 돈은 못 벌어도
밥은 제 손으로 먹고, 화장실도 제 힘으로 다닌다..
이렇게 생각하면 문제가 없어요.
자꾸 울면서 살면, 죽을 때까지 울어야 해.
속으로 울면서 아무리 좋은 화장품 써도, 그 얼굴에 그 얼굴야..
그러나 자꾸 웃으면서 살면, 화장 안 해도 얼굴이 좋아요.
☞ 세 명의 석공 http://cafe.daum.net/santam/IQ3h/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