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없는 사회'의 빨간 신호등 읽기
짐승들에게는 떼(群)는 있어도 가족은 없다.
동시에 새끼를 낳아 기르는 어미는 있어도 인간과 같은 아버지의 존재는 없다.
그래서 "인간의 가족제도는 아버지를 발견하고
창조한 그 순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남성 우월주위에서 나온 학설이 아니다.
동물과 마찬가지로 출산 능력을 지닌 어머니가 자연적 존재라고 한다면
아버지는 법과 제도에 의해서만 그지위가 확보되는 문화 사회의 허구적 존재다.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남녀 관계에 의해 태어난 아이를 사생아(私生兒)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그 논리가 명확해진다.
남성들이 발견하고 개척해 간 것은 사적 영역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출산처럼 생명의 증식과 반복이 아니라
그 자연 상태를 넘어서는 문화 문명의 창조였다.
그래야만 비로소 수컷은 아버지가 되고 암컷은 어머니로 업그레이드된다.
해나 아렌트는 희랍인들이 여성과 노예를 차별했던 이유가 성이나 신분보다는
그들의 노동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하는 가사노동은 개인이 먹고살아 가기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치를 두지 않은 것이다.
아골라(광장)같이 공공의 장소에서 공론을 펼치거나 폴리스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행위야말로 노동보다 값진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한자의 부(父)자는 도끼를 들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라고도 하고
또는 손(又)에 회초리 모양을 들고 있는 형상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그것이 도끼든 회초리든 한자에 나타난 아버지 역시 법의 질서나
공공의 규율을 지켜가는 엄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요즘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버지의 권위와 지위의 하락은
단순히 가부장제도의 붕괴나 젠더 혁명의 남녀 문제로 다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사회 전체가 "아비 없는 홀 애자식"이란
욕 그대로의 상태로 추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적인 의미를 상실한 사생아적 징후군은
공론(公論)의 장을 인터넷의 사사로운 댓글처럼
사적 담론의 공간으로 변화하게 하고
공중전화 같은 공공재는 휴대전화 같은 사유 레벨의 것으로 바뀌게 된다.
이른바 명예를 위한 공인들의 봉사 활동마저
사익(私益)을 위한 노동 수단으로 훼손된다.
어느새 '학부형회'가
'자모회'란 말로 바뀌었듯이 교육의 주도권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옮아가고
아버지 부재의 공교육은 사교육 시장으로 전락해 버린다.
그것은 남성의 위기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에 보내지는 붕괴의 메시지이며
인간의 퇴행은 동물이 아니라 동물 이하의 존재가 된다는
인류 전체를 향한 경고의 신호인것이다.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
아버지 어깨를 펴게 합시다
"나이 먹은 여자한테 꼭 필요한 네 가지가 뭔지 아니?
첫째가 건강, 둘째가 돈, 셋째가 친구, 넷째가 딸이란다."
"그럼 가장 필요 없는 한 가지는? 바로 남편! 귀찮기만 하지 쓸 데가 없잖아."
"맞아. 그래서 요즘 안 쓰는 물건 내다놓으라고 하면 늙은 남편 내놓는단다."
폭소가 터진 뒤 비슷한 얘기가 줄을 이었다.
요즘 남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아내가 해외여행 가자는 것과
이사 가자는 것이란다.
외국 나가서 버리고 올까봐, 이사 갈 때 안 데리고 갈까봐
겁이 나서란다. "그래서 요즘 남편들 이사 갈 때
따라가려면 강아지라도 안고 있어야 한다잖니."
#의사결정권을 잃다
아버지의 권력 상실 시대다.
한때 헛기침 소리만으로도 집안을 긴장시켰던 절대권력자가
이제는 우스개거리로 전락했다.
외환위기 이후 조기 퇴직 붐과 맞물려 불거졌던 '고개 숙인 아버지'
현상과는 다른 차원이다.
이제는 돈을 버는 가장까지 의사결정권을 잃었다.
이사와 재테크 등 집안 대소사를 모두 아내가 결정한다.
경제력은 있어도 경제권은 없는 셈이다.
아이들 교육 문제에 들어가면 발언권마저 잃는다.
복잡한 입시제도, 사교육 광풍 때문이다.
동네 아줌마 모임이며 학원 입시설명회 등에서 온갖 소식을 듣고 오는 아내와 '
정보력'에서 상대가 안 된다. 모르니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연봉 7000만원인 김진철(43)씨의 한 달 용돈은 15만원이다.
월급통장은 전업주부인 아내가 관리한다.
"집 살 때 진 빚 갚아가며 초.중학생 남매 사교육비 대려면 돈이 없다"는
아내의 주장에 김씨도 동의했다.
하지만 부모님 용돈 한번, 친구들 술 한번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처지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들도 돈 쓸 일이 있으면 아내만 찾는다.
대기업 중역 박창범(50)씨는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아내가 자신과 의논도 하지 않고
아이들의 조기 유학을 결정한 뒤 기러기 가족이 되자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아내가 집안일에서 전권을 휘두르게 된 데는 고부갈등이 한몫했다.
박씨가 보기에도 박씨 어머니의 구박과 트집이 도를 넘었다.
부당한 대우를 참아야 하는 아내에게 미안해
평소 집안일은 모두 아내 결정에 따랐다.
20여 년을 그렇게 살고 나니 이젠 박씨의 의견을 묻지도 않게 된 것이다.
박씨는 "'그동안 나는 돈 버는 기계에 불과했다'는 생각에
작은 일에도 자꾸 화가 난다"고 하소연했다.
퇴직 이후 가장의 형편은 더 딱하다.
한국남성의전화 이옥이 소장은 "퇴직금 관리를 아내에게 모두 맡겼는데
아내가 용돈을 주지 않아 고민하는 남성도 많다"고 밝혔다.
#왕따. 자초했나, 떼밀렸나
아버지는 가족 안에서 정서적으로도 소외된다.
아이들은 엄마와 똘똘 뭉쳐 한편이다.
결혼 13년차인 직장인 허정식(42)씨.
휴일 아침 일어나보면 빈집에 혼자 남겨진 경우가 다반사다.
아내가 아이들만 데리고 영화도 보고 당일치기 여행도 가는 것이다.
처음엔 회사일 때문이었다. 휴일에도 회사 갈 일이 많았다.
모처럼 쉴 때는 자고 싶어 "난 못 간다"고 했다. 이젠 제안도 못 받는 처지다.
허씨는 "혼자 집에서 라면으로 식사 때우며 TV 보고 인터넷 하다 보면
폐인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퇴직 공무원 한성진(62)씨는
"나는 집에서 강아지보다 못한 존재"라고 한탄한다.
외출하고 돌아온 아내가 강아지에게는 "밥 먹었느냐"고 물으면서
자신에게는 말 한마디 없다는 것이다.
한씨는 엄한 가장이었다. 아이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누지 못했고
무조건 명령했다. 아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결과는 대화 단절.
한씨는 "부양 책임을 다했으니 존경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우리 세대는 다 그렇게 알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대부분의 경우 아버지 왕따 현상은 가해자.피해자를 가리기 힘들다.
원죄가 있다면 결혼기념일이어도,
아이 생일이어도 회식은 거절할 수 없었던 직장 문화에 있다.
아버지는 바깥일에 몸 바쳐 살고, 남은 가족들은 싫지만 적응한다.
이렇게 10년이 지나면 아버지가 끼면 어색하고 불편한 가족이 돼 버린다.
아버지에게 40대 후반~50대 초반의 시기는 사회 생활에 승패가 갈리는 시기.
많은 아버지가 좌절감을 경험한다.
잔뜩 위축된 상태에서 비로소 가족을 돌아보니 아이들은 마침 사춘기다.
"아빠 들어오는데 인사도 안 하느냐"로 시작된 잔소리가
"애들 교육 어떻게 시킨 거야"로 이어지고,
끝은 "당신은 애들 클 때 뭐했는데"라는 아내의 반격이돌아온다.
이 단계에서 자칫하다간 '패륜가장'이 되기 십상이다.
결국 아버지는 입을 다물고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은 더 줄어든다.
부부클리닉 후 김병후 원장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사회에서 가장이 밖에서 돈 벌어오는 것만으로는
가족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며
"미국에서도 50년 전 아버지 권위 추락 문제가 불거진 뒤 기업.
사회 분위기가 가족 친화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떤이는 미리 예방차원 에서 법원에 친자파행 을 소송중
-인생길 여행자-